솔직히 말씀드리면 비밀은,

생활 속에서 틈틈이 '영어 두뇌 만들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4. 구체적인 방법/b. 구체적인 실천 방법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방법

박승균 2011. 12. 21. 20:42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단어를 배우는 것도, 최소한 6개월 이상 자막없이 영상 매체를 접해주시고, 최소한 6개월간 영어 동화화책을 읽어주시고 난 후에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어 듣기와 읽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어를 공부하면 어떤 느낌일까요? 학창시절에 느꼈던 느낌이 다시 들 것입니다. 시간은 들이고, 머리는 아픈데, 지나가면 다시 생각나지 않아서 마음까지 아파오는 그런 느낌이 들 것입니다. 영어를 공부해도 머릿속에 남지 않는, 그런 함정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으시다면, 영어 단어 뜻을 찾아보는 것을 최대한 늦게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1년은 사전 안찾아보고 주구장창 자막없이 영화나 드라마만 시청하시는 것이 오히려 말을 배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충분히 듣기와 읽기를 진행하셔서 영어 소리에 충분히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단어를 공부하셔도 좋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준비물
1. 영어사전 (한글이 전혀 안들어있고, 종이로 되어있고, 발음 cd가 들어있는 영어사전을 권합니다.)
2. 그냥 비어있는 index cards
3. 펜

영어로 된 영어 사전이 필요한 이유
이 정도 준비물이면 충분합니다. 영어 사전에는 한글이 한 글자라도 들어가있으면 안됩니다. 영어로 새로운 말을 배우는데, 한국어로 그 새로운 말을 배워나가면, 여러분들은 영어로 사물을 인식하고 세계를 묘사할 수 없게 됩니다. 한국, 중국, 일본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문제는, 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너무 많이 받아서 단어의 뜻은 정말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뜻을 설명할 수 없고, 실생활에서 활용은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영어로 무엇인가를 접해나가다가 새로운 사물이나 개념을 마주쳤을 때 모국어로 그 사물이나 개념을 정의하고 인식하는 순간 그 단어 역시 모국어의 틀 안에 존재하는 말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영영 모국어 없이는 영어를 하지 못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영어로 말을 하고, 영어가 자신의 언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글이 한 글자도 들어가있지 않는 사전이 필요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영미권 국가에서 자라났을 때 영어를 잘 배우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아무리 부모님이 집에서 한국말을 쓴다 할지라도, 바깥에서 새로 접하는 사물들과 새로 배우는 개념들을 영어로 배웠기 때문에, 한국말을 들으면 이해는 하지만 말은 영어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영어를 자신의 언어로 자리잡게 하시려면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사물을 인식하고 개념들을 배워나가셔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다수의 영한사전은 새로운 개념이나 사물에 대해 영어로 인식할 수 있게 돕는 도구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영어로 된 말들을 우리나라 언어로 1:1 번역하기에 좋은 도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영어 단어를 영어로 설명하면 정확할 텐데, 설명을 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단어 중에 그 영어 단어와 가장 근접한 용어를 하나 콕 집어내어, 영어 단어의 의미와 1:1 매칭을 시키는 식으로 영한사전들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영어에 언어 감각을 키우는 데에는 방해가 많이 됩니다. 제가 영한사전을 안본지 거의 10년 가까이 다되어 가기 때문에 요즘의 영한 사전은 얼마나 영어에 대한 언어 감각을 형성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영어에 대한 설명은 영어로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의미전달도 잘 됩니다. 동시 통번역을 직업으로 삼으시려는 분은 저처럼 영어로 된 영어 사전만 갖고 영어에 대한 언어 감각을 형성하시면 안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영어로 된 영어 사전을 보시기를 권합니다.


단어 공부하는 방법
1. 영어를 듣거나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난다.
2. 모르는 단어를 일단 넘긴다.
3. 며칠 후에 똑같은 단어를 또 만난다.
4. 이번에도 일단 넘긴다.
5. 며칠 후에 똑같은 단어를 또 만난다.
6. 이 단어를 또 보면 뜻은 모르지만 전에 자주 봤던 단어라서 익숙하다.
7. 또 이 단어를 마주치고, 뜻이 궁금하기까지하면, 드디어 찾아본다.
8. 영어사전에 첨부된 CD에서 영어 단어를 찾아보고 발음을 듣는다.
9. 단어에 대한 설명과 예문을 읽는다.
10. 나 혼자서 그 단어에 대해 다시 영어로 설명해본다.
11. 비어있는 index card 앞면에 그 단어를 쓴다.
12. 비어있는 index card 뒷면에 나로 하여금 그 단어를 마주하게 했던 문장을 적는다.
13. 그 index card를 여러장 쌓아놓고 틈날때 다시 본다.
14. 다시 복습할때 단어 뜻이 생각안나면 뒷면을 보고, 그 단어를 마주하게 했던 영화, 드라마 또는 글 그 자체를 떠올린다.
15. 13~14를 반복한다.

새로운 단어를 만났을 때 이 과정의 많은 부분들을 생략하게 되면 영어라는 언어로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틀을 만들지 못합니다. 학창시절에는 단어와 그 단어의 뜻을 1:1로 대칭시켜 외웠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경우에도 그렇게 해야합니다. 그것이 그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사항이고, 우리는 종종 시험을 못보면 많은 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께서 영어를 자신의 언어로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영어를 접하고 계신다면, 제가 제안하는 방법대로 하셔야 합니다. 이제는 머리아프게 암기하는 활동을 멈춰주세요. 암기하더라도 금방 잊는 것이 사람 머리의 특징입니다. 뜻을 모르시더라도 그냥 죽도록 내버려 두시다가, 기어코 또 만났는데,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답답한 느낌이 들 때 비로소 영어 단어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머릿속에 저장할 공간을 확보해놓고 영어 단어에 대한 의미를 알아봐야 기억에 남습니다. 모른다고 바로 뜻을 찾아봐버리면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뜻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하는 식으로 단어를 배우시고, 틈틈이 index cards를 들춰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잘 연상되지 않는다면, 그 index card의 뒷면을 보시고 그 단어를 만났던 순간을 통채로 기억해보세요. 제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신문에서 insurgence 라는 단어를 처음 보고 몇번 보다가 답답해서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단어가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를 만났던 그 신문이 발행되던 시기에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이 갈등이 많던 시절이었고,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전쟁 기사 속에서 insurgence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던 것이 기억납니다. 게다가 저는 Battlestar Galactica라는 드라마에서 insurgence라는 단어를 또 듣게 되었습니다. 글쎄요, insurgence라는 말에 대해 설명하자면 "fighting against an authority"라고 밖에 일단 말이 생각이 안나네요. 그런데 쓰이는 상황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민간 군인이 미국 군인과 싸우는 상황에 쓰였고, Battlestar Galactica라는 드라마에서는 반정부 세력들이 정부에 싸움을 거는 상황에 쓰였습니다. 다른 상황에서 쓰이는 것을 저는 아직은 못봤습니다. 저는 그렇게 insurgence라는 말을 배웠고, 지금도 다행히 잊지 않고 있네요.


멀리 돌아가는 듯한 길이 오히려 가깝게 걸린다
이런 식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배워나가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리겠죠? 네, 적어도 단어 하나 찾아보고 카드에 적고, 자신 스스로에게 영어로 설명해보는 연습을 하면 단어 하나의 의미를 영어라는 언어 안에서 배워나가는데 10분 ~ 15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익숙해지면 30분에 8개 정도의 단어도 새로 배울 수 있습니다. 우선은 하루에 단어 하나 씩만 하셔도 충분합니다. 당장 급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 감각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면 정말 하루에 1개만 하셔도 괜찮습니다. 새로운 개념이나 사물을 영어로 배워나가는 습관이 들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단어를 많이 찾아볼 필요 없이 그냥 대화를 나누고,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고, 책을 읽으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영어에 대한 언어 감각이 생기면 편합니다. 우리들은 정말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는 글을 쓰지 않는 이상은 국어사전을 찾지 않고도 말을 잘 배웁니다. 언론이나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서 신조어가 나와도 우리들은 몇번 문맥을 보다보면 그 뜻을 잘 이해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단어를 1,000개를 외워야 말을 많이 배우고 영어가 트이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에 1개를 하더라도, 차근차근히 찾아보고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새로운 사물을 접하고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새로운 개념을 정의해보는 연습을 하다보면, 따로 더 사전을 찾지 않고도, 책도 읽고 신문도 읽게 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도 종종 단어 뜻을 물어보고,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면 어려워합니다. 단어의 뜻을 정의하기보다는, 상황을 설명해주거나, 이럴 때 쓰인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줍니다. 우리나라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역시 단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로 쓰는 말들이 종종 있습니다. 물론 모국어는 명확하게 파악하고 쓰는 것이 좋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영어를 제 2언어로 배우려 하고 있습니다. 명확하게 파악은 못했지만 책에서 접하고 신문에서 접하고 드라마에서 또 접해서 영어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언어 감각 형성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가 소개한 방법대로 꾸준히 단어의 의미를 배워나가면, 길게 걸려도 1년이 걸리지 않아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영화를 보다가 우연히 새로운 단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언어 감각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단어 1,000개 외우는 것 보다 훨씬 낫습니다. 20,000개 단어를 외우는 것과 언어 감각을 형성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빠르게 걸릴 것 같습니까? 20,000개 단어의 뜻을 한글로 외우는 것과, 365일간 하루에 20분씩 한 단어 씩만 제가 권했던 방법대로 배워나가는 것 중 어떤 것이 여러분에게 영어를 여러분의 언어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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